[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49- 밥통, 부채질, 목숨을 바치다, 서슬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3해(1950년) 만든 ‘과학공부 4-2’의 102, 10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02쪽 둘째 줄에 먼저 보여 드린 ‘빤다’가 또 보입니다. ‘빤다’를 안 좋을 때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 사람들은 ‘흡입’이 좀 나은 말이고 ‘빤다’라고 하면 어쩐지 입이나 글에 올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못 쓰는 분들이 많을 텐데 옛배움책에서는 이렇게 잘 썼던 말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어쩌다 토박이말이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습니다.
열째 줄에 ‘밥통’이 보입니다. 앞서 ‘위’와 같은 뜻을 가진 말이라고는 알려드린 적이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밥통’이라는 말을 듣거나 보면 피식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까닭을 물으면 똑똑히 말을 하지 않지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옛배움책을 만든 분들은 ‘위’라는 말을 몰라서 그랬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밥통’이 ‘위’보다 많이 쓰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뒤에 나오는 ‘안 밥통’과 ‘바깥 밥통’이 나오는 것을 보면 더욱 믿음이 커집니다.
밑에서 둘째 줄에 ‘부채질’이 있습니다. 이 말은 ‘부채’+‘질’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부채’를 부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런 짜임을 가진 말에 ‘걸레질’, ‘도리깨질’, ‘바느질’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만날 때 이런 짜임을 풀이해 주고 아랑곳한 말을 알려준다면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말들을 많이 그리고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103쪽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 ‘몸이 닳도록 일을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줄에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나오지요. 이 말은 우리가 많이 쓰는 ‘희생하다’는 말과 비슷한 말입니다. 어버이가 아들과 딸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하는 것도 목숨을 바치는 것도 ‘희생’과 비슷한 것임을 안다면 앞으로 ‘희생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열째 줄에 ‘서슬’이 있습니다. ‘서슬’은 말모이(사전)에서 ‘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날이 서다’ 할 때 ‘서다’와 아랑곳한 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말을 보고 갖게 되는 이런 느낌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그것은 그럴 듯한 말밑(어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 말은 어째서 이런 말이 되었을까?”와 같은 물음을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좋을 것입니다. 4351해 들가을달 하루 삿날(2018년 8월 1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었는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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