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시치미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시치미
[뜻]매의 임자를 밝히려고 사는 곳을 적어 매의 꽁지 털 속에 매어 둔 네모난 뿔을 이르는 말
[보기월]뻔히 보이는 눈 앞에서 하고도 안 했다고 시치미를 떼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어제 낮밥을 먹고 배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뒤낮 배움을 비롯하는 종소리가 난 뒤에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들여 보냈습니다. 들어가기 싫은 듯 마지못해 들어가는 아이들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신발을 차듯이 벗어 던지더군요. 불러서 왜 그렇게 했느냐 물으니 안 그랬다고 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눈 앞에서 하고도 안 했다고 시치미를 떼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철은 바뀌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갖가지 꽃이 피고 벌과 나비도 그 꽃을 찾아 날아 다닙니다. 하지만 사람들 마음은 여전히 겨울인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같은 뜸(반)에 있는 동무들을 같은 편 또는 한 식구라고 여기면 저절로 서로 챙기고 돕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서로 내 미락 네 미락 하기 쉽습니다. 내 일이 아니면 다 남의 일이니 마음을 쓸 까닭도 없어질 테구요. 배곳에서 도움을 주는 갈침이(선생님)를 제 편이라 여긴다면 그런 몸씨(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 믿습니다.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믿고 헤아려 주지 못해서 갈라서는 사람들이 많고 여러 가지 까닭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요즘 누리에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잘 어울려 살았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 삶을 이어받지 못 해서 그런 것만 같아 더 안까깝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얼이 깃든 토박이말을 어려서부터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 쓰면서 살도록 하면 얼른 풀릴 거라 믿으며 오늘도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립니다.
'시치미'는 왜 '시치미'라고 했는지 바느질할 때 나오는 '시침질'과 어떻게 이어지는 말인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이 물음을 푸는 데 슬기를 모아 보면 좋겠습니다.^^
4351해 온봄달 스무아흐레 낫날(2018년 3월 29일 목요일)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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