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39-무리, 생김새, 더듬이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3해(1950년) 만든 ‘과학공부 4-2’의 80, 8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80쪽 셋째 줄부터 있는 “개미는 한 집에서 여러 마리가 모여 살고 있다.”는 월은 앞서 보여 드린 ‘모듬살이’를 쉽게 풀어서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책이나 다른 곳에서는 ‘집단생활’, ‘군집생활’, ‘단체생활’ 이라는 말로 개미 삶을 풀이하고 있는 것과 견주면 얼마나 쉬운 지는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열한째 줄에 “개미가 드나드는 구멍은 몇인가?”라는 월도 참 쉽습니다. ‘출입구’라는 말을 몰라서 그렇게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려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줄에 있는 “어떻게 먹이를 나르고 있는가?”에 나오는 ‘나르고’도 ‘운반하다’를 갈음한 쉬운 말입니다.
81쪽 여덟째 줄에는 ‘생김새’가 있습니다. ‘모양’이라는 말과 비슷한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요즘 배움책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말입니다. 열두째 줄에 있는 ‘무리’도 반가운 말입니다. ‘종류’ 또는 ‘부류’라는 말을 많이 보기 때문에 만나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열일곱째 줄에 있는 ‘더듬이’는 더 반가운 말입니다. 더듬이는 요즘 책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그 쓰임새를 넓힐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두 해 앞쯤 ‘촉수로봇’이 나왔다는 기별을 보면서 ‘촉수’를 ‘더듬이’로 갈음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촉수로봇’보다는 ‘더듬이로봇’이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 붙이는 이름도 쉬우면서도 우리다운 이름을 지을 수 있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 그 맛과 멋을 알고 쓰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4351해 무지개달 스무닷새 삿날(2018년 4월 25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었는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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