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50-물려주다 받아들이다 따다 쓰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3해(1950년) 만든 ‘과학공부 4-2’의 104, 10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04쪽 넷째 줄에 ‘그 집을 물려주고’가 보입니다. 벌이 집을 ‘물려주는’ 남다른 모습을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을 ‘상속하다’라고 하는 것과 견주면 어떤 말이 더 쉬운지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다음 줄에 나오는 ‘분봉’라는 말을 쉬운 말로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따로나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분봉’을 ‘따로나기’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섯째 줄에 있는 ‘새로 깐’에 앞서 본 적이 있는 ‘까다’를 볼 수 있습니다. ‘새나 벌레가 알을 품어 새끼가 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까다’라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104쪽 마지막 줄과 105쪽 첫째 줄에 걸쳐 ‘그 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월에서 ‘받아들이다’는 말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벌을 ‘받는다’는 말을 쓰는데 옛배움책을 보니 ‘받아들이다’가 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5쪽 셋째 줄에 있는 ‘꿀을 딸 때에는’에서 보듯이 꿀을 ‘따다’라는 움직씨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꿀을 ‘뜨다’라고 한 것과 달라서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바위나 나무에 달린 벌집에 있는 꿀을 얻는다면 ‘따다’가 맞는 말일 것 같은데 집에서 기른 벌집에서 벌이 먹을 꿀을 남겨두고 벌집을 조각내어 떼어내어 꿀을 얻는다면 ‘뜨다’는 말이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덟째 줄에 ‘꿀은 어떤 데에 쓰는가’에서 ‘쓰다’는 말이 보입니다. ‘사용하다’가 아닌 ‘쓰다’를 쓴 것이 반갑고 좋습니다. 열여덟째 줄에 ‘모듬살이’는 앞에서도 본 말인데 ‘사회생활’ 또는 ‘집단생활’을 갈음할 수 있는 좋은 말입니다.
이렇게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쓰는 배움책을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토박이말을 살려서 만드는 일에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를 다시 비손해 봅니다. 4351해 들가을달 여드레 삿날(2018년 8월 8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었는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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