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47-대롱, 꿀샘, 꽃밥, 낱눈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3해(1950년) 만든 ‘과학공부 4-2’의 98, 9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98쪽 넷째 줄에 ‘대롱’이 보입니다. 요즘 책에서는 ‘관’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대롱’이라는 말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말모이(사전)에서도 ‘관’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왜 자주 쓰지 않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아래 ‘대롱입’이라는 말을 쓸 만큼 ‘대롱’은 쓰기 좋은 말입니다.
그 옆에 있는 그림에는 ‘꿀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에 보면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습니다. 그 말을 가지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침이 나오면 ‘침샘’, 땀이 나오면 ‘땀샘’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썼습니다. 꿀이 나오니 ‘꿀샘’인 것이지요. 말을 만드는 짜임에 맞고 앞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 때 써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99쪽 넷째 줄에 ‘꽃밥’이 보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꽃은 암술과 수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은 다시 꽃가루를 만드는 ‘꽃밥’과 이를 받치고 있는 ‘꽃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에서는 이 ‘꽃밥’과 ‘꽃실’을 다루지 않는데 옛배움책에서는 ‘꽃밥’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곱째 줄부터 여덟째 줄에 걸쳐 “그러나 벌의 몸은 그것을 막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월이 있습니다. ‘막을 수’는 요즘 배움책이라면 ‘방지할 수’라고 되어 있지 싶습니다. ‘방지하다’라는 말보다 쉬운 ‘막다’라고 한 것이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생각해서 쉬운 말을 골라 썼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99쪽 마지막 줄에 ‘낱눈’이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개안(個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겹눈’의 낱낱을 이르는 말이니 ‘낱눈’이 아이들한테는 쉬운 말일 것입니다. 말도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낱말’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면 ‘낱눈’도 그리 낯선 말이 아닙니다. 이런 짜임을 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르는 ‘개인’도 ‘낱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있던 말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일은 참으로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토박이말을 잘 안다면 그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일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4351해 더위달 열여드레 삿날(2018년 7월 18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었는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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